나는 살면서 특별히 다이어트를 한 적도 없고, 운동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다.
좋아하기는 하는데 하러 가는게 귀찮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구나.
먹는 것은 엄청 좋아해서 배고프면 잠이 안 와서 새벽에도 잘 먹는다.
아침에 삼겹살 먹고 출근하기도 하고 먹기 위해 산다고 보면 된다.
매년 몸무게를 갱신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딱히 다이어트 의지는 없었다.
그러던 중, 한 달 전 언니가 같이 한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자고 했다.
음...? 그거 비싸다던데.. 효과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갈 수 밖에 없었던 건, 그 날이 언니 생일이었기 때문 (. . )
전화로 미리 예약하고 퇴근한 뒤 미올한의원에 방문했다.
살빼러 왔다는 부끄러움에 따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정돈되어 있는 깔끔함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처음 오면 이것 저것 설문지를 작성한다.
생활 습관, 패턴, 좋아하는 음식, 병력, 목표 체중 등등 항목이 참 많다.
체크하면서 나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느낌..? 의지도 불타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과 상담 받기 전, 현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 인바디를 잰다.
다른 곳도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안쪽 공간에서 먼저 옷을 갈아입는다.
나시 탑과 속바지 같은 얇은 바지를 입고 기계에 올라서면 똑똑한 기계가 열일하기 시작한다.
지방, 근육량, 몸무게가 쭉쭉 올라가는데 속으로 "그만 좀 오르라고" 어찌나 생각했는지..
좌절과 함께 상담실로 들어가면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코디님(?)께 약에 대한 안내부터 듣게 된다.
약의 종류, 보통 몇 달치를 얼마나 먹는지, 얼마인지, 프로모션 등등
여기서 살짝 멘붕이 왔던 것은, 한달치를 구매하는 것과 3달치를 구매하는 것의 가격차이가 꽤 난다.
다이어트 약이 원래 그런가요?
그리고 상담하시는 분도 기본 3달은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그냥 느낌이.. 당연히 몇 달치 할 고객으로 생각하시는 느낌이다.
아마, 내가 살이 많이 쪄서 그렇겠지..? 2-3kg 뺄 게 아니여서 그랬나보다. ㅠㅠ
난.. 딱 한달만 해볼까? 했던 마인드인데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다.
대충 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생님과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설문지와 인바디 종이를 같이 보면서 현 상태를 설명해주시고 어떤 식으로 생활 하면 되겠다는 정도의 상담이다.
무조건 이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나의 의지도 필요한 약이었다.
대신 부작용 없고, 몸에 엄청 자극적인 건 아니기 때문에 양약처럼 심리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맥도 살짝 봐주신 뒤 약의 단계를 정해주신다.
약의 강도에 따라 1단계, 2단계, 3단계가 있다.
선생님과의 상담이 끝나고 다시 코디님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가격이 부담되서 3달치를 프로모션으로 구매해서 언니 2달, 나 1달 이렇게 먹어보기로 결정
쇼핑백도 포장박스도 분홍분홍하니 이쁘다.
박스에 10개씩 총 30개가 들어있다.
하루에 2개씩 먹으니 한박스에 총 2주분이고, 한달치를 샀으니 저 박스 두 개를 받아왔다.
두달치를 산 언니도 일단 약을 두 박스만 주셨다.
2주마다 방문(시간이 안 된다면 전화로) 상담으로 중간중간 체크해주시면서 다음 약을 준비해주신다.
전화로 상담한 경우에는 약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택배로 보내는 꼼꼼한 시스템이다.
그래도 전화로 상담보다는 인바디로 확실하게 측정하는게 좋으니까 방문을 추천추천!
한 포 한 포 포장도 이쁘고, 딱 뜯었을 때 나는 복숭아 향도 좋다.
맛은 이프로 음료수랑 비슷한데 이프로 음료수 좋아한다고 입에서 계속 물고 있다면, 한약의 쓴 맛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달달한 복숭아맛 날 때 후딱 삼키세요-
우리가 먹는 핑크환이 체질 상 맞지 않을 것 같을 때는 탕약으로 지어주시기도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체질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핑크환을 받아올 수 있었다.
저 식단은 다이어터라면 많이 봤을 식단이다. (지키기가 어려울뿐)
핑크환을 먹을 동안 저렇게 먹으면 좋다고는 하지만, 의지 약한 직장인은 웁니다.
그 외에 수면캡슐, 요요캡슐도 있다.
돈이 없어서 나는 패스했지만 언니는 수면캡슐도 추가.. 대단해-
이 것이 수면캡슐이다.
자기 전에 먹으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몸이 칼로리를 소비해준다는?
다만 이 약을 먹고 자는 시기를 놓쳐버리면 잠을 자기 힘들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핑크환과 다르게 맛 없게 생겼지만, 어차피 냉장보관하고 자기 전 두알 먹기 때문에 약처럼 먹으면 된다.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캡슐 알약과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 효과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약을 하루 먹고 난 뒤, 엄마가 강려크하게 이 약을 반대해서 나는 먹는 것을 포기했다.
언니는 꾸준히 먹고 있다.
언니와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약이 효과가 있! 다!
2주 뒤 인바디를 쟀을 때, 나는 0.5kg이 빠져 있었고 언니는 3kg가 빠져 있었다.
아.. 이래서 약을 먹는건가요?
약이 확실히 식욕을 조절해주는지 언니가 잘 먹지 않는다.
옆에서 같이 밥 먹으면 어찌나 맛없게 조금만 먹는지 ...
30년 넘게 함께 한 언니가 너무 낯설다.
조금 먹다가 "배불러" 하고 숟가락을 놓는다니요.
둘 다 특별히 다이어트식으로 음식을 챙겨 먹지는 않았지만, 둘 다 군것질도 줄였다.
비슷-하게 먹고 운동량도 비슷-한 것 같은데 언니는 3kg, 나는 0.5kg..
그래도 언니는 근육량이 나는 지방이 줄은 거니 괜찮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 . )
(아, 언니는 원래 근육량이 많고 나는 근육량이 부족할 뻔한 턱걸이 표준이다)
그리고 또 2주 뒤인 지금, 언니는 6kg정도 감량 효과를 봤다.
나는 2.5kg 정도 효과를 봤다.
둘 다 군것질이 줄었는데 언니는 음식이 별로 안땡긴다고 한다.
나는 옆에서 자꾸 안먹으니까 따라서 안 먹게 되는 것 같다.
언니가 없었다면 돼지처럼 엄청 먹고 살을 못 뺐을텐데.. 고마워
+ 주관적 생각
다이어트는 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약을 찾는 것은 의지가 부족하니까.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도와주는 보조제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살 필요 없겠지만, 절박하다면 한 번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가 나의 몸무게를 정기적으로 체크한다고 생각하면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 같고,
분명 친언니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약조차 시간을 맞춰 제때 챙겨 먹기가 힘들고
워낙 먹으려고 사는 성격 때문인제 일찌감치 포기했을 뿐이다.
여름이 되면 후회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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