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한 지 2년을 좀 넘긴 때,
문득 우리의 데이트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완벽한 더치페이는 아니더라도
똔똔 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 번갈아 가면서 사기를 2년째,
서로 먼저 돈을 내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기도 했다.
즐겁게 쓰고 데이트하면서 계산할 때마다
서로 카드를 내밀려고 투닥거리던 걸 생각하니
이게 뭐하는 건가... (.. ) 싶고
계산대 앞에서 실갱이 하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우리도 데이트비를 걷어서 쓰자!
데이트비를 쓸 때 보통 사용하는 건
공동 통장, 체크카드일텐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데이트비 말고
크게 돈을 쓰는 곳이 없다.
보통 신용카드는 실적에 따라 할인을 해주는데
데이트 말고 실적을 채울 만한 게 없을 것 같다.
특히 오빠는 평소 회사-집만 하는 집돌이,
카드 할인 혜택 등을 생각해보면
기존 카드를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 통장을 만들었을 때 안 좋은 점이 더 많았다.
그래서 결론은 오빠 카드로 사용하고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25만원씩 보내기로 했다.
결정 후에 가장 중요한 건 계산이 정확해야
덜 찝찝하다는 것
그래서 어플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커플가계부 어플을 사용했다.
심플한 배경, 심플한 이름. 그야말로 커플가계부
가계부라기보다 입출금기입(단순 캐쉬북) 역할이다.
여러 어플을 써 보지 않아서
장단점에 대해서 가타부타하지 못하지만
9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을 쓰면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막상 올리고나니 부끄러운 사용 내역.
우리는 한 달에 25만원으로 금액을 정했는데
11월은 기념일도 있고 김장으로 몸이 너덜너덜해져서
마사지도 한 번 받는다고 금액이 초과되었다.
맨 위쪽에 보면 수입 500,000만원에 대해
지출이 얼마나 되었는지
한 달 예산 기준으로 나타내준다.
이제까지 낸 돈 중에 얼마가 남았는지는
제일 밑에 잔고를 확인하면 된다.
우리는 항상 함께 쓰는 데이트비만 쓰기 때문에
나 혼자 어플을 깔아서 돈을 쓸 때마다 기록하는데
사실 이 어플은 커플이 같이 어플을 깔아서
각자 쓴 돈을 기록할 수 있다.
만약 둘이 같이 기록한다면
오른쪽에 '나' 말고 애인 이름도 섞여 있겠지.
입력은 단순하다.
지출/수입 구분과 현금/카드 구분으로 되어있다.
금액을 적고 사용 내역을 적고
분류 표시하고 간단한 메모를 하면 끝이다.
처음에는 저 분류를 열심히 생각하고 눌렀는데
이제는 분류를 따로 표시하지 않아서 다 물음표이다.
어쨌든 둘의 동의하에 함께 공동으로 쓰는 돈이고,
대부분 먹는데 쓰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용내역에 장소를 쓰고
메모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내가 포기했던 분류 목록이다.
마치 신혼부부 또는 동거할 때
사용하기 좋은 분류들이다.
선물, 통신, 교육, 미용, 생활 이 부분은
커플들이라면 보통 각자 돈으로 해결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유흥, 주식, 음료, 간식이 대부분이었고
유흥과 주식의 구분 음료와 간식의 구분이 모호했다.
그래서 포기, 그냥 기록만 꾸준히 잘하면 되지 뭐 : )
기록될 항목이 많을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내역 찾기 기능이 있다.
우리는 평소 일주일에 두세번 만나기 때문에
그냥 내려서 찾는 것이 빠르지만,
함께 공유하는 항목이 많다면
이러한 검색 기능이 유용할 것이다.
조금 단순하지만 여느 가계부와 같이
통계 기능이 있다.
사용한 금액을 분류별로 정리해서 볼 수 있다.
분류를 꾸준히 정리했더라면
어디서 금액을 더 줄일 수 있는지,
어느 쪽에 많이 쓰는지 확인이 가능할 듯 하다.
하지만 우리 커플은 분류를 안했어도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먹는 게 행복이니까 줄이지 않을 뿐!
사용한 내역을 금액이 아닌 건수로 확인할 수도 있다.
주식의 금액이 간식보다 크지만
간식의 횟수가 더 많을 수 있다.
이럴 땐 간식을 좀 줄여야겠구나
정확한 파악이 될 수도 있다.
역시 우리 커플은 이런 분류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마지막 분류는 현금과 카드의 비율이다.
처음 가계부 쓰는 목적이
오빠 카드로 다 긁어버리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주로 카드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귀찮아서
딱히 건드리지 않았더니 현금이 더 많이 나온다.
제대로 작성했더라면 카드가 90% 이상일텐데
이놈의 귀차니즘이 문제다.
체크카드, 공동 통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열심히 기록을 했는데
잔액이 안 맞을 때가 있을 것이다.
깜빡하고 누락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럴 때에는 수동으로 잔고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는 쓰자마자 바로 기록하거나
다음 날 카드 내역을 확인해서 바로 쓰기 때문에
수동 조정 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비교할 만한 자료가 없다.
그 외에 준비 중인 기능으로 엑셀내보내기기능과 SMS인식기능이 있다.
업데이트 예정이라지만
언제 업데이트 될 지 모르겠다.
SMS인식기능이 있다면
조금 더 편리하게 기록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지금처럼 하나씩 기록하면서
쓴 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람마다 연애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데이트비 관리도 다 다르겠지
누가 맞고 틀리고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현재 이 방식이 편하고
오빠도 싫어하는 것 같지 않다.
가끔 한달 예산 50만원을 초과했을 때 뜨끔하고
다음 달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하지만
덕분에 데이트도 좀 더 알뜰살뜰하게 하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술 한 번 마시면 3차까지 달리면서
10만원을 훌쩍 넘을 때도 있고
누가 계산했는지 서로 기억도 없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몇 달이 지나도 그 때 어떤 데이트를 했는지
기록처럼 남아 있어서
다시 봤을 때 쏠쏠한 재미도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예산이 마이너스여도
다음달에 아껴서 커버가 된다는 점
체크카드로 썼을 때는 돈을 다 썼을 때
추가로 돈을 걷거나 누군가 따로 계산할텐데
우리는 초과된 금액에 압박받지 않고
자연스레 이월되는 마이너스 통장 같은 느낌이다.
분명 돈이 더 드는 달이 있고
돈이 적게 드는 달이 있을텐데
알아서 그 금액을 계산해주니 편리하다.
다만,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의미없는 일이 되버리니 매번 신경써야 한다.
이 방식을 선택하고 나서
2019년에는 개인 가계부도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돈 쓰고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가계부도 귀찮지 않고 잘 쓰게 된다.
좋은 습관이 길러진 것 아닐까?
(아직 보름밖에 안 지났지만)
한창 뜨거웠던 연애 생활로 지갑이 계속 홀쭉해졌는데
2년이 넘은 지금은 연애도 경제적이고
현명하게 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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