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여행
이제까지 갔던 국내, 동남아, 일본 여행에 비해 숙소 값이 너무 비싸서 찾아보는데도 손이 후덜덜 거리는데 그렇다고 또 치안이나 주변 환경을 안 볼 수 없어서 너무 어려웠다. 든든한 오빠가 숙소는 담당하기로 했는데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9박 10일이라는 긴 여행동안 한 숙소에서만 머무르는게 아쉬워서, 우리는 두 군데로 잡았는데 그 중 첫번째 숙소는 '오코 호텔스 파리스 포르트 드 베르사유'라는 곳이다. (줄여서 오코 호텔)
파리는 각 지구(구역)마다 특성이 있어서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숙소 위치를 결정하면 되는데, 보통 추천하는 곳이 중심지인 1-10지구와 한인이 많이 사는 15지구 정도이며, 18지구, 19지구, 20지구는 치안이 좋지 않아 숙소로 비추천하고 관광할 때에도 조심하라고들 했다. 단, 중심지는(특히 최중앙인 1지구-6지구) 비슷한 컨디션의 호텔이라도 가격이 비싸니 어느 정도의 타협점이 필요할 듯 싶었다.
지도 중에서 1-10구, 15구 말고 다른 구역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11지구, 14지구 를 많이 추천하셨다.
치안상 그렇게 위험하지 않고 한적한 느낌의, 주변에는 딱히 관광 명소라고 할 게 없지만 파리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또 있는 조용한 동네. 내가 숙소를 예약했다면, 11구역이나 14구역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찾아봤을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로맨틱 따위는 없어진지 오래인지라 신혼여행에서도 에펠탑 뷰, 고급 숙소는 눈에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우리 여행 스타일에 맞는가성비 좋은 깔끔한 숙소를 찾고 싶었다. 그래도 8박 9일이나 파리에 있을 건데 한 숙소에 머무르기는 아쉬우니 외곽과 중심지 두 군데로 나누어 숙소를 잡아 분위기를 둘 다 느껴보고 싶었다.
첫날부터 5박 6일동안 머물렀던 외곽 지역 숙소는 오코 호텔스 파리스 포르트 드 베르사유 이다.
오코 호텔은 15지구에 있는데, 중심지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치안 좋고 깔끔하고 큰길과 트램길 앞이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파리 중심가의 건물들은 오스만의 도시 계획에 따라 지어진 외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외벽을 함부로 부실 수 없다. 따라서 파리 중심부인 1구부터 8구까지는 오래된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며, 현대식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코 호텔은 파리 중심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았나보다. 여행 내내 관광지에서 옛스러운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복귀하면서 시원한 통유리의 외관을 보면 과거와 현대를 왔다갔다 하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묘했다.
호텔 옆에 트램이 지나가고 있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숙소 내부 사진을 제대로 안 찍은게 아쉽다. 방 내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깔끔하고,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는 딱 2인이 쓰기 좋은 방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창문으로 보이는 뷰는, 중심가의 고풍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탁트인 큰길에 석양까지 설레는 광경이었다.
화장실도 샤워부스와 세면대 깔끔하고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 없없다.
침대 위에 놓여져 있는 격하게 환영해주는 선물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메니티나 다른 것보다 손글씨로 쓰여진 카드가 감동이었다.
(뜻을 몰라서 더 감동이었을지도, 실제 내용은 환영한다 정도였겠지 - 몰라서 그냥 감동)
그리고 저 파란색 에코백은 호텔 밖을 나갈 때 가방에 서브로 들고 나가서 기념품이나 식료품 사면 보조백으로 유용하게 썼다. 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장바구니로 너무 잘 쓰고 있다.
그리고 왼쪽의 저 주전부리는 사탕인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정확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파파고는 양귀비 맛이라고 하는데, 정말 양귀비 맛이 맞는건지..
양귀비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게 양귀비 맛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먹어보니 평범한 달달한 사탕이라 입이 심심할 때 하나씩 물고 있었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아침, 저녁 무료로 레스토랑에 들러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짐도 풀기 전에 내려갔던 1층 레스토랑.
사람이 많지 않아 안쪽은 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가기 전에 후기들을 봤을 때는 콜라도 있고 음식들도 다양하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많지 않았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었다. 간단히 술 한 잔씩 하고 계시던 외국 분들.
불어를 전혀 몰라 냉장고에 마련된 병음료도 무슨 맛인지 모르고 색이랑 간단한 영어 단어로만 유추해서 가져왔는데, 음료는 대부분 실패했었다....
부실해보이는 견과류와 쿠키 종류들 정도. 옆에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못 찍었다.
오묘한 디저트들 몇 접시 먹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저녁 사먹으로 밖으러 나가버렸다.
그 뒤로도 두 세 번 슬쩍 둘러봤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축소 운영하다가 쭉 이어져 온 건지, 간단한 다과 정도만 놓여져 있었다.
제대로 먹고 싶다면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었는데, 파파고 앱 켜서 번역기 돌릴 의욕도 없었고, 직원분들을 불러 메뉴를 시키는 분위기도 아닌 듯 하여 대부분 밖에서 외식하고 들어왔다.
아침에는 좀더 밝은 분위기에 좀더 활기찬 느낌의 레스토랑이었고, 음식 종류도 좀 더 다양했다.
호텔 조식을 사랑하는 나한테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깔끔하고 가성비도 괜찮은데 조식까지 있다니 !
근데 조식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고 유럽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간단한 빵과 과일, 약간의 채소 정도로 가볍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정도의 조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호텔의 조식을 떠올린다면 여기 메뉴가 좀 아쉬울 수 있다.
그래도 행복했던 건 훈제연어가 있었다는 것 !!!!!!
가운데 사진에 있는 저 은색 기계는 계란을 삶는 용도인 것 같은데 매번 계란이 안 익어서 실패했다. 완숙을 기대할 수 없는 기계였던 것인지.
조식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업무상 근처에 출장 오신 분들 같았는데,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간다기보다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정도의 양을 먹고 서둘러 출근하러 가시는 분위기였다. 그 사이에서 꿋꿋하게 훈제연어와 과일, 크로아상을 두세번 가져다 먹은 나도 참....
이렇게 아침마다 항상 야무지게 아침을 먹고 나갔다.
특히 저 연어랑 오이에다가 샤워크림? 사워크림? 저거 사악 발라 먹으면 을마나 맛있게요 : )
다양한 버터들과 치즈들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저 사탕봉지처럼 포장되어 있는 버터가 특히 짭쪼름 꼬소하니 너무 맛있었다.
그 외에도 작지만 운동할 수 있는 GYM도 있고 다림질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따뜻할 줄 알았던 3월의 파리 날씨는 생각보다 추워서 가져간 옷 중 대부분을 입을 수 없었는데, 따뜻한 옷을 몇벌 못 준비해서 세탁 서비스를 알아봤더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세탁은 근처 코인세탁소에서 해결했다.
여기는 근처 출장오신 유럽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분위기였고, 한국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어쩐지 후기가 너무 없더라니. 그래도 호텔 분위기나 직원분들의 서비스, 그리고 객실과 부대시설의 컨디션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근처에는 레스토랑이나 바, 관광지가 전혀 없었지만, 대중교통 무제한인 나비고 카드를 이용했기 때문에 위치 또한 우리에게는 부담이 없는 정도였다.
모든 것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무난했던 가성비 숙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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