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똑똑해지기

튜터링 내돈내산 후기

by 잉슈슈 2021. 12. 10.
반응형

2021년 1월, 난 패기있게 영어회화를 정복하겠다며 1년치 튜터링 수강권을 끊었다.
학원을 꾸준히 갈 자신은 없으니, 어플로 하면 그나마 열심히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난 역시 꾸준히 하는 건 참 못한다.

1월에 수업 세 번(그나마 한 번은 같은 날 2번 함)
2월 한번, 3월 한번, 4월 두번, 그리고 8월 한번...... 끝! 
부끄럽지만 마지막 달을 남겨두고 세어 보니 딱 8번 들었네.

어쩔꺼냐고. ㅜㅜ 사용 14회 , 잔여 82회.
수업 8번 들었는데 사용이 14회로 된 것은 그래도 막상 수업을 하면 재미있어서 연장을 누르고!
그럼 기본 20분 수업이 40분 수업으로 바뀌어 두 번씩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떄문이다.
대부분이라고 하기는 민망하고, 수업 6번은 40분 수업을 했었다.
나머지 2번은 그 튜터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냥 20분만 들었다.

그럼, 내돈내산으로 한 결과 나의 만족도는? 수업 자체에는 80% 만족이었다.

우선 장점부터 말하자면, 

첫째.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주제로 이야기가 가능하다.
튜터링에는 많은 코스와 수업 교재들이 있다.

이렇게 많은 주제들이 많고, 레벨이 초급/중급/고급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내가 꼭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레벨과 상관없이 선택해도 된다.
다만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나는 패기있게 고급의 수업을 고른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다행히 선생님의 센스로 그 주제에 대해 수준에 맞춰 잘 이야기 했다.

둘째, 여러 선생님과 이야기가 가능하다.
꼭 선생님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이 선생님과 맞지 않을 때 일년동안 꾸역꾸역 버텨야 하는게 곤욕일 것이다.
다행히 여기서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다.
튜터 정보를 누르면 그들이 직접 자기소개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나는 안그래도 영어를 잘 못하는데 필리핀 특유의 발음이 들어가면 더 못알아들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었다.
그리고 조용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는 잘 못 알아들어서 하이톤으로 말씀해주시는 튜터분을 찾았다.
한창 얘기하다보면 통하는 선생님이 있는데- 나의 경우,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고정적으로 수업을 하지는 못했다.

셋째, 리뷰가 철저하다. 
내가 했던 수업을 전체적으로 다시 들을 수 있고, 선생님이 꼼꼼하게 코멘트해주신 내용을 볼 수 있다.
나는 주로 문법적으로 과거형을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매 수업마다 그런 부분을 지적을 받았다.
부족했던 발음이나 새로운 단어 표현을 배운 것은 튜터가 직접 정리해서 기록해준다.
또 잘못 말해서 교정 받았던 내용도 내가 잘못 말한 문장과 교정해준 문장을 모두 기록해주었기 때문에 기억하기 더 편했다.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까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도 튜터마다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넷째, AI 학습이 꽤나 재밌다.
수업 주제를 정하면 선생님과 학습 전에 미리 AI로 관련 내용을 연습할 수 있다.
따라 읽고나면 AI가 내가 제대로 말했는지 확인해준다.
가끔 난 똑바로 말했는데도 AI가 자꾸 잘못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살짝 답답하지만 그래도 꽤 재밌게 했다.

 

그럼 단점은 무엇일까?

첫째,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자율적이지 못하면 쓸모없을 뿐이다.
이건 단점이라고 하기도 참 뭐하다. 내 의지 부족이었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받는 수업이 아니다보니 어쨌든 내가 시간을 내서 해보자! 하지 않으면 안하기 마련이다.

예전에 어렸을 때 윤선생 학습지를 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무조건 아침시간에 전화가 와서 학습지를 들고 전화 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도 이렇게 고정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전화가 오는 방식의 영어회화가 있다는데, 그걸 해보고 싶기도 하다. 역시 의지가 부족한 나에게는 이런 고정적인 강제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둘째, 인기 있는 선생님과 수업 시간을 잡기는 어렵다.

내가 너무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튜터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튜터를 나의 튜터 목록에 넣어놓고 접속하실 때마다 수업을 걸었지만, 항상 다른 수업이 있으셔서 수업을 듣지 못했다.
그 튜터와 두번째 수업일 때 '쌤이 너무 좋아서~~ 수업 듣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으세요' 라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시간 약속을 잡자고 했다.
내가 원했던 퇴근 후 10시 전 사이는 고정 수업이 있으셨고, 다른 시간에는 그 시간 약속을 정하고 내가 때맞춰 들어올 자신이 없어서, 아.... 결국은 못했다. 이 때 많이 의지가 꺽이기도 했던 것 같다.

 

만약 영어회화 앱을 고민 중이라면 일단 테스트부터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레벨테스트는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느낌인지 볼 수 있다.
일단 튜터링은 체계적으로 학습을 받는 것은 좀 어렵지만,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로 내가 원하는 튜터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만큼의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20분이라고 정해놔서 아쉬울 뻔 했는데 연장해서 60분까지 할 수 있었던게 제일 좋았다.

나는 이상하게 수다스러운 편이었는지, 한 번 연장해서 40분을 수업해도 단 한번도 그 주제에 맞춘 진도를 끝까지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A vs B"라고 A가 좋아? B가 좋아? 를 고르는 것이 주제였다면, 우선 A가 좋아! 라고 대답한다.
그럼 튜터가 왜 A가 좋아? 라고 물어보는데 거기서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다보면 하나의 질문에도 튜터와 계속 수다를 떠는거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튜터님의 경력이 너무 좋으셔서 그런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신다. 그리고 나이도 비슷하고 상황도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면서 "아!!! 맞아맞아!!!" 하면서 친구와 얘기하듯 수다를 떨게 된 것이다. (이 튜터님이 인기가 너무 좋았던 그 튜터님이라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다면 2022년에 다시 등록할 계획이 있는가?
NO. 나는 한국의 교육에 철저하게 물들어서 강제적인 시스템이 아니면 주도적으로 하기 참 어려운 성격이다.
사실 다시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큰 맘 먹고 돈을 들였지만.... 8번 이용은 충격적이다.
(한 달에 한 번도 안들었다니.....)

그래도 혼자서 꾸준히 계획을 잘 세우고 잘 실천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만약 네이티브는 비싸고 필리핀 튜터를 선택하자니 걱정되는 분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다.
튜터 정보에서 직접 그 튜터의 발음을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 큰 이질감을 절대 느끼지 못했다.
(수업 내내 자신을 가난한 나라에 산다고 스스로 우울해하시던 튜터님 한 분을 빼놓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나 정보에 빠삭하시다.
새로운 영화나 연예인들을 잘 아시고, 혹시 모르는 경우에는 바로 검색을 해보시는 듯 하다.
'잠깐만~' 하시더니 타이핑 소리가 들리고 '아~~~~!! 이거~~~?' 하면서 말을 이어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철저하게 수업만을 위주로 하시는 분들도 있다.
내가 다른 길로 새려고 하면 꽉 잡고 다시 교재로 돌아와 읽기를 시키셨다. 내가 원하는 수업은 아니었다.

마지막 2번의 수업은 남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하소연했던 것 같다.
영어로 이야기해야 해서 조금 힘들었지만, 대나무숲에서 소리지른 것처럼 속이 시원했달까.

아, 이거 수업 연장안되나 ㅜㅜ
막상 쓰고나니 아쉽네..... 1년 재연장되면 감사할꺼같은데 흑..... 

 

일단 나의 수업 기한이 1월 10일까지이기 때문에, 갑자기 벼락치기 느낌으로 1월 10일까지 다 들어봐야겠다.

거의 매일 수업을 참여해야 전부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학습하는 튜터링 후기를 다시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다.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추천하고 싶은 괜찮았던 주제들은 기록해놔야지. 

한 달 뒤에 다시 리뷰를 썼을 때에는 제발, 저 남은 82회를 다 털기를!!!! 

 

반응형

댓글